제정 임박한 ‘플랫폼법’, 스타트업 성장 저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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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 임박한 ‘플랫폼법’, 스타트업 성장 저해 우려
  • 김혜나 기자
  • 승인 2024.02.0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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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플랫폼 독과점 막겠다지만…업계 걱정 ‘태산’
중복·과잉규제에 기업 성장저하 및 투자감소 야기
플랫폼법 제정을 앞두고 벤처·스타트업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플랫폼법 제정을 앞두고 벤처·스타트업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플랫폼법 제정을 앞두고 벤처·스타트업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9일 플랫폼 사전규제법안인 플랫폼 경쟁촉진법(플랫폼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내용은 시장 지배력을 지닌 일정 기준 이상 플랫폼 사업자를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 경쟁 플랫폼에 대한 반칙행위를 금지하는 법이다. 독과점화된 대형 플랫폼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개선책이라는 게 공정위의 입장이다.

거대 독과점 플랫폼은 스타트업 등 경쟁 플랫폼의 출현을 저지하거나 시장에서 몰아내는 등 각종 반칙행위를 통해 빠르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높여간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화가 수수료 및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민생 부담을 가중시키는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또한 사전지정과 입증 책임 전환을 통해 관련 사건의 처리 기간까지 단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정기준은 플랫폼 산업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독점력 남용은 규율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마련할 방침이다. 지정 과정에서도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지정 전 의견제출 △지정 후 이의제기 △행정소송 등 항변 기회를 다양하게 보장한다는 설명이다.

복수의 벤처·스타트업 관계자들은 플랫폼법에 대해 중복·과잉 규제이자 업계에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다. 독과점화된 대형 플랫폼의 폐해를 줄이겠다는 개선책이라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빅테크 기업과의 투자나 협업까지도 감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벤처기업협회는 지난달 24일 성명서를 통해 “벤처기업의 혁신 시도가 위축되고 이는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결국 성장이 정체되는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며 “초기창업기업에서 출발해 글로벌 거대 플랫폼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국내 플랫폼 시장에서,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규제가 도입된다면 대한민국 벤처기업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도 한국 시장을 외면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27일 입장문을 통해 “스타트업 성장에 유리천장을 만드는 공정거래위원회 ‘플랫폼 공정 경쟁촉진법’ 추진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플랫폼법 시행 시 벤처캐피탈(VC)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5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규제 이슈에 대한 검토’ 현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지정은 남용행위 잠재기업을 사전에 지정하는 이른바 ‘낙인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아울러, 플랫폼 사업자가 스스로 성장 기회를 포기하도록 유인한다며 법률안 제정에 신중을 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재계도 반대 의견을 내놨다. 미국상공회의소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찰스 프리먼 아시아담당 부회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한국이 플랫폼법 통과를 서두르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플랫폼법은 소비자에게 명백하게 이익이 되는 경쟁을 짓밟고 건전한 규제 모델 기본이 되는 선량한 규제 관행을 무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플랫폼 규제는) 외국 기업을 임의로 겨냥해 정부들을 무역 합의를 위반하는 위치에 처하게 한다”며 “한국 공정위가 이 정도로 중요한 사안에 필요한 유형의 투명성을 보여주고 열린 대화를 하기를 촉구한다”고 전했다.

플랫폼법과 유사하다고 거론되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시장법(DMA)은 자국 플랫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이처럼 유럽이나 일본 등은 외국 플랫폼의 진출을 막고 자국 플랫폼 보호에 나섰지만 플랫폼법은 오히려 국내 기업을 옥죄는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 많은 중소상공인들이 온라인 대형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판로 개척에 나선 상황에 이들에 대한 규제는 적합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타트업 종사자 A씨는 “기업의 입장에선 이러한 사전 규제가 기업이 성장하면 오히려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야기하고, 성장의 한계점을 정해 두는 것이나 다름없어 기업의 성장 동력마저 잃게 할 것”이라며 “그간 큰 규모의 플랫폼들과 진행해왔던 협업이나 투자 규모가 축소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성장해도 플랫폼법에 따라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오히려 이들의 성장 저해를 야기할 수 있고, 나아가 한국의 M&A 시장 규모가 더 위축될 우려도 있다”며 “또한 공정거래법의 경우 기업이 직접 위법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것 또한 과중한 업무로 다가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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